충남 학생인권조례 결국 폐지 수순두 번째 재표결 끝에 재의 결정…전국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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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란이 격했던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시행 중인 전국 7개 시도 중 첫 사례다.
충남도의회는 24일 제351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재의의 건을 상정해 재석의원 48명 중 찬성 34명, 반대 14명으로 가결했다.
재의요구안 통과 기준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현재 도의회 정당별 의석수는 전체 48명 중 국민의힘 32명, 더불어민주당 14명, 무소속 2명으로, 무소속은 음주 측정 거부로 탈당한 의원이다. 국힘 소속으로 당선된 오안영 의원(아산1)은 무소속이었다가 최근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날 본회의 재의 투표 전 민주당 의원들은 출석정지 상태였던 무소속 지민규 의원(아산6)이 폐지안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것을 지적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힘 의원들은 지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발의 정족수인 5명을 충족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투표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폐지안에 대해서만 전자투표가 아닌 무기명 수기투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선태 의원(민주당·천안10)은 “50여 안건 중 폐지안만 수기투표하는 무리수를 둔 이유가 뭐냐”며 “용지 표시(위치)를 통해 투표 여부를 감별할 수 있다는 것은 다 안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은 재의결 통과 후 즉각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재의결해 그동안 안정적으로 추진해 온 학생인권 보호와 관련 정책이 후퇴될까 우려된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필요한 법률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는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 정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진보 시민단체들은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지철 교육감과 국힘 의원들을 각각 규탄했다.
민주당 충남도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역사는 오늘을 ‘학생인권 후퇴의 날’로 기억할 것이다. 한 번 무산됐음에도 조례 폐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국힘 도의원들은 역사적 책임을 무겁게 져야할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학생 인권을 지키고 교권을 보장하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것인지 유심히 지켜보겠다. 총선에서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도 도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도의원들을 도민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엄중히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남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 제정·시행됐다. 나이와 성별,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 종교,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고 학생 자유·평등· 참여권 보장,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성향 단체·기독교계는 조례 내용 중 성적지향(동성애)과 성별 정체성(성전환), 종교(이단 등) 등의 권리화 등을 이유로 조례 폐지를 주장해 왔다.
국힘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3년 5개월만인 지난해 12월 폐지안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결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재의요구서를 제출해 재표결이 진행된 지난 2월 본회의에서 찬성 인원이 기준보다 2명 부족해 통과되지 못했다. 의석수를 감안했을 때 국힘 쪽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재의결 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같은 달 20일 국힘 의원들은 폐지안을 재발의했고, 지난달 3월 19일 열린 임시회에서 다시 가결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5일 재차 재의요구에 나섰으나 결국 폐지안이 재의결되면서 폐지 쪽으로 결론이 났다.